5년을 계산한 1차 연구는 찾지 못했습니다. 인용을 거슬러 오르면 교육 전문지·벤더 글이 IBM(2019)·딜로이트(2017) 보고서를 인용하고, 이 보고서들은 다시 2017년 WEF 웹사이트에 실린 기고문(당시 업워크 CEO 스테판 카스리엘 개인 명의)과 2011년 단행본 『A New Culture of Learning』을 출처로 댑니다. 거기서 끊깁니다. ‘기술 스킬 2.5년’은 근거가 더 약해, 링크를 따라가면 마케팅 회사 블로그에 닿습니다. ‘반감기 5년’이라는 표현 자체는 1971년 전문직 지식 추정(Dubin, 1972 정리)에도 나옵니다. 스킬 진부화는 실재하는 연구 주제지만, 학계는 이를 하나의 반감기가 아니라 마모·위축·직무 특화·부문 이동·기업 특화의 다섯 유형과 조직적 망각으로 나누어 다룹니다(de Grip & van Loo, 2002).
목차
HRD 자료를 보다 보면 반드시 만나는 문장이 있습니다.
“스킬의 반감기는 5년이다. 기술 직무는 2.5년까지 짧아졌다.”
교육 예산 품의서에도, 컨설팅 제안서에도, 학습 플랫폼 소개 자료에도 나옵니다. 저희도 썼습니다. 그런데 이 숫자의 출처를 끝까지 따라가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따라가 봤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5년이나 2.5년을 계산한 1차 연구는 찾지 못했습니다. 대신 두 가지를 찾았습니다. 하나는 ‘기술 스킬 2.5년’을 거슬러 오르면 2020년 한 교육 전문지 기고문에 닿고, 그 글이 ‘연구’라며 건 링크가 마케팅 회사 블로그(지금은 열리지 않는 페이지)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반감기 5년’이 이미 1971년에도 “요즘 졸업생”의 숫자로 쓰였다는 것입니다. 50년 동안 같은 숫자가 “지금”의 숫자로 불려 왔습니다.

🧬 인용을 거슬러 오르면 어디에 닿나
벤더 글에서 컨설팅 보고서와 WEF 기고문을 거쳐 2011년 책에 닿고, 5년을 계산한 근거는 거기서 끊깁니다.
숫자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런 사슬이 나옵니다. 각 칸의 오른쪽은 그 글이 스스로 출처로 댄 것 입니다.
| 단계 | 어디서 | 무엇이라 말했나 | 무엇을 출처로 댔나 |
|---|---|---|---|
| ① | 교육 전문지·벤더 글 (2020년 이후) | 스킬 약 5년, 기술 스킬 2.5년 | ‘연구’ 링크 → 마케팅 회사 블로그(현재 404). IBM 블로그는 같은 문장에 ②의 IBM 보고서를 연결 |
| ② | 컨설팅 보고서·WEF 기고문 (2017–2019) | 약 5년, 기술 스킬은 “더 짧다” | IBM(2019)은 WEF 기고문(2017)을, 딜로이트(2017)는 ③의 책을 출처로 표기 |
| ③ | 『A New Culture of Learning』 (2011) | 학습한 스킬의 반감기 5년 | 단행본 · 산출 근거는 확인하지 못함 |
| ④ | 5년을 계산한 1차 연구 | — | 찾지 못함 |
“반감기 5년”의 인용 사슬
거슬러 올라갈수록 근거의 형태가 연구에서 멀어지고, 네 번째 칸에서 끊깁니다
①의 2.5년. 이번에 확인한 범위에서 가장 또렷한 흔적은 미국 교육 전문지 Chief Learning Officer 의 2020년 10월 29일 기고문 「Skills aren’t soft or hard — they’re durable or perishable」(Matthew J. Daniel)입니다. “연구에 따르면(Research suggests) 스킬의 반감기는 대체로 약 5년이고, 기술적인 스킬은 2.5년에 불과하다”는 문장이 있습니다. 그런데 ‘Research’ 라는 단어에 걸린 링크를 따라가면 한 마케팅 회사 블로그의 「The Half Life of a Learned Skill is 5 years – Toward a New Culture of Learning」라는 글로 가고, 그 페이지는 지금 404 입니다. 같은 글은 2.5년을 따로 기준선으로도 씁니다 — 반감기 2.5년 미만은 ‘부패하기 쉬운 스킬’, 2.5–7.5년은 ‘반내구 스킬’, 7.5년 초과는 ‘내구 스킬’이라는 세 구분으로, 글쓴이가 “예를 들어 나눠 보자”며 제시한 것입니다.
거의 같은 문장이 IBM SkillsBuild 블로그 「Skills Transformation For The 2021 Workplace」(Sonia Malik, 본문 기준 2020년 말 작성)에도 나옵니다. 여기서는 ‘Research’ 링크가 IBM 기업가치연구소(IBV)의 2019년 보고서로 바뀌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보고서에는 2.5년이 없습니다. 보고서의 문장은 “학습한 스킬의 반감기는 5년으로 추정되며, 기술 스킬은 그보다 더 짧다”입니다. 숫자가 인용되는 사이에 ‘더 짧다’가 ‘2.5년’이 된 셈입니다.
②의 보고서와 기고문. IBM IBV 보고서 「The enterprise guide to closing the skills gap」(LaPrade 외, 2019)는 위 문장의 출처로 각주 24번에 WEF 웹사이트의 2017년 7월 31일 기고문 「Skill, re-skill and re-skill again. How to keep up with the future of work」를 답니다. 필자는 당시 프리랜서 플랫폼 업워크(Upwork)의 CEO였던 스테판 카스리엘(Stephane Kasriel) 한 사람입니다. WEF 가 조사해 발표한 연구 보고서가 아니라, WEF 웹사이트의 기고 코너(당시 이름 Agenda)에 실린 개인 명의의 글입니다. 그런데 이후 많은 자료가 이 숫자를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이라고 인용했습니다. 기관 이름이 붙는 순간 숫자는 권위를 얻습니다. WEF 페이지는 이번 확인 과정에서 접속이 차단되어 원문 문장을 직접 대조하지 못했고, 필자와 게재일은 IBM 보고서의 각주로 확인했습니다.
같은 해 딜로이트의 「2017 Global Human Capital Trends」 중 ‘Careers and learning: Real time, all the time’ 장은 그림 1에 “학습한 스킬의 반감기 5년”을 넣고, 출처로 더글러스 토머스와 존 실리 브라운의 2011년 책을 적었습니다. 같은 그림의 ‘경력 60–70년’은 다른 책(The 100-Year Life)에서 왔습니다. 두 책 모두 연구 보고서가 아니라 단행본입니다.
③의 책. 『A New Culture of Learning: Cultivating the Imagination for a World of Constant Change』는 더글러스 토머스와 존 실리 브라운(제록스 수석과학자이자 팔로알토연구소 PARC 소장을 지낸 인물)이 2011년 자가출판(CreateSpace)으로 낸 책입니다.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에서 학습 문화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논한 책이지, 스킬 가치의 감소를 측정한 실증 연구가 아닙니다. 이번에 책 본문의 해당 대목은 직접 열람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5년의 근거로 무엇을 댔는지, 혹은 대지 않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고 적어 둡니다.
📜 반감기라는 말은 언제부터 썼나
1960년 과학 문헌 연구에서 쓰였고, 1970년대 초 전문직 역량 논의로 건너왔습니다. ‘5년’도 그때 이미 나왔습니다.
‘반감기’를 지식에 처음 빗댄 곳은 학술 문헌 연구입니다. 1960년 버턴과 케블러(Burton & Kebler)가 학술지 American Documentation 에 「The ‘half-life’ of some scientific and technical literatures」를 실었습니다. 과학·기술 분야마다 문헌이 얼마나 빨리 덜 쓰이게 되는지를 방사성 붕괴에 빗댄 것으로, 사람의 능력이 아니라 문헌의 수명 을 잰 말이었습니다.
흔히 “지식의 반감기”라는 표현은 경제학자 프리츠 매클럽(Fritz Machlup)이 1962년에 만들었다고 소개됩니다. 공학 전문지 IEEE Spectrum 의 2013년 기사(Robert N. Charette)도 그렇게 씁니다. 그런데 그의 책 『The Production and Distribution of Knowledge in the United States』(1962)의 디지털 전문(인터넷 아카이브 소장본의 글자 인식본)에서 ‘half-life’를 찾으면 한 번도 나오지 않습니다. 글자 인식이 놓쳤을 가능성은 있지만, 적어도 그 책의 중심 개념은 아닙니다. 계보의 첫 칸부터 확인되지 않은 귀속이 돌고 있는 셈입니다.
사람의 역량에 반감기를 붙인 논의는 1970년대 초에 분명히 보입니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심리학자 새뮤얼 두빈(Samuel S. Dubin)은 1972년 학술지 American Psychologist 27권 5호에 「Obsolescence or lifelong education: A choice for the professional」을 실었고, 같은 해 5월 전미대학확장교육협회 발표문(ERIC ED062603)에서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반감기는 핵물리학에서 가져온 말이다. 전문직 역량의 반감기는 교육을 마친 뒤 새로운 발전 때문에 졸업 당시보다 대략 절반만큼만 유능해지는 시점이다.
그리고 당시의 추정치를 모았습니다. 로스노(Rosenow, 1971)는 내과 전문의 지식의 반감기를 5년 으로, 루카시에비치(Lukasiewicz, 1971)는 1940년 공대 졸업생 지식의 반감기가 12년이었는데 “오늘의 졸업생”은 5년 으로 줄었다고 봤습니다. 로젠스타인(Rosenstein, 1968)은 공학 교과 과정의 반감기를 약 5년으로 봤습니다. 2002년의 노동경제학 문헌 검토(de Grip & van Loo)도 두빈의 이 정의와 두 추정치를 그대로 소개합니다.
IEEE Spectrum 의 2013년 기사는 공학 쪽 발언을 더 모아 두었습니다. 1966년 같은 잡지 기사는 1920년대 말 공학 학위의 반감기를 약 35년, 1960년 학위는 약 10년으로 봤고, 2002년 미국 공학한림원 회장 윌리엄 울프는 “공학 지식의 반감기는 7년에서 2.5년”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2.5년도 새 숫자가 아닙니다. 다만 이 발언들 역시 계산 과정이 따라붙은 것은 아닙니다.
이 흐름에서 눈여겨볼 것은 숫자 자체보다 숫자의 모양 입니다. 1971년에 “이제 5년으로 줄었다”고 했고, 2017년에도 “약 5년”입니다. 영역이 다르니(의학·공학 지식과 직무 스킬) 곧바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반세기 동안 같은 둥근 숫자가 매번 “지금”의 값으로 불렸다면, 그것은 측정값이라기보다 “빨리 낡는다”는 말을 전하는 관용구에 가깝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 그럼 스킬 진부화는 없는 말인가
있습니다. 다만 학계는 원인이 다른 다섯 유형과 조직의 망각으로 나눠 다루지, 한 숫자로 말하지 않습니다.
스킬이 낡는다는 현상은 실재하고, 경제학이 오래 다뤄 온 주제입니다. 1931년 터그웰(Tugwell)이 ‘직업적 진부화(occupational obsolescence)’라는 말을 썼고, 1975년 로젠(Rosen)은 물적 자본의 감가상각에 빗대 기술적 진부화 (사람이 가진 스킬 자체가 줄어듦)와 경제적 진부화 (스킬은 그대로인데 시장 가치가 줄어듦)를 나눴습니다.
노동경제학에서 이 주제의 표준 참고문헌은 안드리스 더 흐립(Andries de Grip)과 야스퍼르 판 로(Jasper van Loo)가 2002년 Research in Labor Economics 21권에 낸 「The Economics of Skills Obsolescence: A Review」입니다. 이들은 원인에 따라 다섯 유형 (기술적 둘, 경제적 셋)을 나누고, 개인이 아니라 조직 차원에서 일어나는 조직적 망각 을 따로 둡니다. 유형마다 필요한 훈련 정책이 다르다는 것도 같이 적었습니다.
| 구분 | 유형 | 무엇 때문에 | 논문이 짚은 대응 |
|---|---|---|---|
| 기술적 진부화 | 마모(wear) | 자연적 노화, 질병, 부상 | 잃은 스킬의 재교육, 계속 일하기 어려우면 전직 훈련 |
| 기술적 진부화 | 위축(atrophy) | 스킬을 쓰지 않거나 덜 씀(실업, 경력 단절, 학력보다 낮은 일) | 잃은 스킬의 재교육 |
| 경제적 진부화 | 직무 특화 진부화 | 기술·조직 변화로 그 직무의 요구 스킬이 바뀜 | 지금 직무에 새로 필요한 스킬의 추가 훈련 |
| 경제적 진부화 | 부문 이동 | 그 직업·산업의 고용 자체가 줄어듦 | 다른 직업으로의 전직 훈련 |
| 경제적 진부화 | 기업 특화 진부화 | 폐업·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떠나 그 회사에서만 통하던 스킬의 가치가 사라짐 | 다른 회사로의 이동과 관련 투자 지원 |
| 조직 차원 | 조직적 망각 | 개인 마모의 합, 또는 기업 특화 스킬을 가진 사람의 퇴사 | (개인 유형과 따로 분류) |
이 분류를 보면 왜 ‘반감기 5년’이 성립하기 어려운지 보입니다. 마모 는 나이와 건강에, 위축 은 쓰는 빈도에, 직무 특화 진부화 는 기술·조직의 변화 주기에, 부문 이동 은 산업 수요에 달렸습니다. 조직적 망각 은 애초에 개인의 스킬 문제가 아닙니다. 서로 다른 이 과정들에 공통의 반감기를 붙이려면 강한 가정이 필요한데, 그 가정을 밝힌 연구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 앞의 결론입니다.
같은 논문이 정리한 실증 연구들도 “속도가 제각각”이라는 쪽을 가리킵니다.
- 경력 단절에 따른 위축률은 직업마다 다르게 추정됐습니다. 민서·폴라첵(1978)과 폴라첵(1981)은 전문직·숙련 기능직·관리직에서 가장 높고, 비숙련 노동에서 가장 낮다고 봤습니다(다만 잉글랜드(1982)는 이 결과를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 베일리(1989)의 실험에서 반복 동작형 과제는 쉬어도 거의 잊히지 않았지만, 절차형 과제는 쉰 기간과 그 전에 배운 양에 따라 잊히는 정도가 달랐습니다.
- 조직 차원에서는 지식이 생산 기술 안에 박혀 있는 공정일수록 감가가 가장 느렸다는 결과가 있습니다(Darr 외, 1995).

☢️ 반감기 비유는 어디서 어긋나나
반감기는 무엇을 하든 일정하게 줄어드는 것을 전제하는데, 스킬은 쓰임과 사람에 따라 속도가 달라집니다.
‘반감기’는 두빈이 스스로 밝혔듯 핵물리학에서 왔습니다. 방사성 물질이 절반으로 붕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죠. 이 비유가 매력적인 이유는 정확해 보이기 때문 입니다. 그리고 그 정확함은 원래 개념의 두 가지 성질에서 옵니다.
- 외생성 — 붕괴는 관측자가 무엇을 하든 일정하게 일어납니다.
- 균질성 — 같은 동위원소의 모든 원자가 같은 확률로 붕괴합니다.
스킬은 둘 다 만족하지 않습니다.
- 계속 쓰면 위축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사람의 행동이 붕괴율을 바꿉니다.
- 같은 이름의 스킬이라도 사람마다, 직업마다, 조직마다 낡는 속도가 다릅니다. 균질하지 않습니다.
하나가 더 있습니다. 무엇이 절반이 되는지 가 글마다 다릅니다. 두빈의 반감기는 “얼마나 유능한가”, 곧 역량이 절반이 되는 시간입니다. IBM 보고서가 카스리엘을 인용해 풀어 쓴 반감기는 “오늘 배운 스킬이 5년 뒤 절반만큼만 값지다”, 곧 가치가 절반이 되는 시간입니다. 1960년의 반감기는 문헌의 수명이었습니다. 앞 절의 말로 하면 앞의 것은 기술적 진부화이고 뒤의 것은 경제적 진부화입니다. 같은 단어가 서로 다른 양을 가리키고 있으니, 여러 자료의 반감기를 나란히 놓고 “짧아졌다”고 말하는 것부터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반감기 5년’은 측정값이라기보다 “스킬이 예전보다 빨리 낡는다”는 주장에 숫자 옷을 입힌 것 에 가깝습니다. 주장 자체는 대체로 옳습니다. 옷이 문제입니다.
⚠️ 숫자 하나가 실무에서 왜 문제인가
예산 근거가 약해지고, 원인별 처방을 한데 뭉개며, 우리 조직의 실제 속도를 재지 않게 만듭니다.
“어차피 방향은 맞는데 숫자 하나 가지고 뭘 그러냐”고 하실 수 있습니다. 세 가지 이유로 문제가 됩니다.
첫째, 예산 근거가 무너집니다. 교육 예산을 “반감기가 2.5년이니 2년마다 재교육이 필요하다”로 방어했다고 합시다. 재무 담당자가 출처를 물으면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출처가 “마케팅 블로그에 링크를 건 교육 전문지 기고문”이라는 것이 드러나는 순간, 그 예산 전체의 신뢰가 흔들립니다.
둘째, 잘못된 처방으로 이어집니다. 반감기가 균일하다는 전제는 “모든 스킬을 주기적으로 갱신하라”는 처방을 낳습니다. 하지만 위 표에서 봤듯 원인이 다르면 처방도 다릅니다. 더 흐립과 판 로의 정리대로라면 위축에는 재교육과 사용 기회 가, 직무 특화 진부화에는 지금 직무의 새 스킬 훈련 이, 부문 이동에는 다른 직업으로의 전직 훈련 이 맞습니다. 조직적 망각은 훈련보다 문서화와 승계 의 문제에 가깝습니다(이 마지막 처방은 저희 해석입니다). 이것들을 ‘재교육’ 한 단어로 뭉뚱그리면 돈은 쓰고 효과는 안 납니다.
셋째, 우리 조직의 실제 속도를 안 재게 됩니다. 남의 숫자가 있으면 내 숫자를 안 만듭니다. 그런데 필요한 것은 “산업 평균 2.5년”이 아니라 “우리 회사의 이 직무에서 이 스킬이 몇 년 만에 쓸모가 줄었나” 입니다.
반대 의견도 적어 둡니다. 둥근 숫자 하나가 경영진의 주의를 끌어 학습 투자를 여는 데 쓸모가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또 어떤 분야에서는 실제 속도가 5년보다 훨씬 빠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남의 평균이 아니라 그 분야의 값을 재야 합니다. 과장된 숫자는 과소 투자도 부릅니다 — 5년이라고 믿고 3년째에 손을 놓는 식으로요.
📐 남의 숫자 대신 무엇을 재나
요구 스킬 교체율, 미사용 기간, 도구 버전 격차, 단독 보유 스킬 수 — 넷 다 사내 데이터로 잽니다.
대신 쓸 수 있는 지표가 있습니다. 전부 조직 내부 데이터로 계산할 수 있고, 남의 숫자를 빌리지 않아도 됩니다.

① 요구 스킬 교체율 채용 공고와 직무기술서에서 요구 스킬 목록을 연도별로 뽑아, 작년 목록과 올해 목록이 얼마나 다른지 봅니다.
교체율 = (올해 새로 등장한 스킬 수) ÷ (올해 전체 요구 스킬 수)
단순 계산으로 연 10%면 약 10년, 연 25%면 약 4년 주기로 목록이 한 바퀴 돕니다. 이것이 그 직무의 실제 변화 속도 입니다. 직무 특화 진부화를 직접 겨냥합니다.
② 미사용 기간 분포 진단이나 평가에서 ‘보유’로 잡힌 스킬 중, 실제 업무에서 12개월 이상 쓰이지 않은 비율 을 봅니다. 위축 위험군이 얼마나 되는지가 나옵니다.
③ 도구 버전 격차 현업이 쓰는 도구·프레임워크의 버전과 구성원이 학습한 버전 사이의 간격입니다. 기술 변화형 진부화를 직접 겨냥한 지표입니다.
④ 이탈 시 소실 위험 어떤 스킬을 조직에서 단 1–2명만 보유하고 있다면, 그 사람이 나가는 순간 조직은 그 능력을 잃습니다. 개인의 반감기가 아니라 조직의 망각 입니다.
여기에 설문 한 문항을 더하면 좋습니다. 학계가 쓰는 측정은 크게 넷 — 스킬을 다시 검사하는 객관 측정, 본인·상사에게 묻는 주관 측정, 임금이나 단위 원가로 보는 생산성 측정, 혁신 속도 같은 간접 측정 입니다(de Grip & van Loo, 2002). 그중 주관 측정의 예로 블레힝거와 파이퍼(2000)는 “도제 훈련 때 익힌 직업 지식과 스킬을 지금 일에 얼마나 쓸 수 있습니까?”를 5점 척도로 물었습니다. 이 문항을 “이 직무를 처음 맡을 때 익힌 지식과 스킬 가운데 지금 업무에 얼마나 쓰고 있습니까?”로 바꿔 해마다 같은 사람에게 물으면, 점수가 떨어지는 속도가 곧 그 직무의 진부화 속도입니다. 다만 본인이 알아차리지 못한 진부화는 잡히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어, 위의 네 지표와 함께 봐야 합니다.
| 재는 것 | 겨냥하는 진부화 | 데이터 출처 |
|---|---|---|
| 요구 스킬 교체율 | 직무 특화(기술·조직 변화) | 채용 공고, 직무기술서 |
| 미사용 기간 분포 | 위축 | 스킬 진단, 업무 이력 |
| 도구 버전 격차 | 직무 특화(기술 변화) | 현업 도구 목록, 학습 이력 |
| 단독 보유 스킬 수 | 조직적 망각 | 스킬 맵 |
| 적용도 설문(5점) | 직무 특화, 위축 | 구성원 설문(해마다 반복) |
✍️ 그래도 인용한다면 어떻게 쓰나
기관 이름을 빌리지 말고, 누가 언제 어떤 글에서 말했는지를 그대로 적으면 됩니다.
발표 자리에서 ‘반감기’를 아예 안 쓰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최소한 이렇게는 하실 수 있습니다.
- “WEF에 따르면”이라고 쓰지 않기. 정확히는 “2017년 WEF 웹사이트에 실린 업워크 CEO의 기고문”입니다. 기관의 연구 결론이 아닙니다.
- 보고서를 쓰려면 그 보고서가 댄 출처까지 적기. “딜로이트(2017)가 2011년 단행본을 출처로 제시한 5년”처럼요.
- ‘기술 스킬 2.5년’은 쓰지 않기. 이번 추적에서 근거가 가장 약한 숫자였습니다.
- 단정하지 않기. “반감기는 5년이다” 대신 “1970년대부터 ‘약 5년’이라는 추정이 되풀이돼 왔다” 정도가 사실에 맞습니다.
- 가능하면 우리 숫자로 바꾸기. 예를 들어 “우리 개발 직무의 요구 스킬은 최근 3년간 해마다 평균 몇 %가 바뀌었다”는 문장은 출처를 물어도 답할 수 있고, 반박당하지 않으며, 훨씬 설득력 있습니다.
📌 정리
- ‘스킬 반감기 5년 / 기술 2.5년’은 널리 인용되지만, 추정 방법과 데이터를 밝힌 1차 연구를 찾지 못했습니다.
- 인용의 사슬은 교육 전문지·벤더 글 → IBM(2019)·딜로이트(2017) 보고서와 2017년 WEF 웹사이트 기고문(업워크 CEO 스테판 카스리엘) → 2011년 단행본 으로 이어지고, 거기서 끊깁니다.
- ‘2.5년’은 ‘연구’라며 마케팅 블로그에 링크를 건 2020년 기고문에서 보이고, IBM 블로그가 인용한 IBM 보고서에는 “더 짧다”만 있습니다.
- ‘반감기 5년’이라는 말은 1971년 전문직 지식 추정에도 나옵니다(두빈 1972 정리). 50년째 “지금”의 숫자입니다.
- 스킬 진부화 자체는 실재합니다. 학계는 마모·위축·직무 특화·부문 이동·기업 특화 다섯 유형과 조직적 망각으로 나눠 다루고, 유형마다 처방이 다르다고 봅니다.
- 남의 숫자 대신 요구 스킬 교체율·미사용 기간·도구 버전 격차·단독 보유 스킬 수, 그리고 해마다 묻는 적용도 설문을 재십시오. 우리 조직의 진짜 속도가 나옵니다.
좋은 숫자는 출처를 물었을 때 답할 수 있는 숫자입니다. 답할 수 없다면, 그 숫자는 근거가 아니라 장식입니다.
❓ 자주 묻는 질문
스킬 반감기 5년이라는 말은 틀린 건가요?
틀렸다고 단정할 수도, 맞다고 인용할 근거도 없습니다. 5년을 계산한 1차 연구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입니다. 비슷한 숫자는 1971년 전문직 지식 추정(내과 전문의 5년, 공대 졸업생 12년에서 5년으로)부터 되풀이돼 왔지만, 그때도 지금도 산출 과정이 따라붙은 적은 없습니다. ‘기술 스킬 2.5년’은 더 약해, 인용을 따라가면 마케팅 회사 블로그에 닿습니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수치 아닌가요?
WEF 웹사이트에 2017년 7월 31일 실린 기고문 「Skill, re-skill and re-skill again」의 숫자입니다. 필자는 당시 업워크 CEO였던 스테판 카스리엘 한 사람이고, WEF 가 조사해 낸 연구 보고서가 아닙니다. IBM 기업가치연구소의 2019년 보고서가 이 기고문을 출처로 달면서 널리 퍼졌습니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대신 “WEF 웹사이트 기고문”이라고 쓰는 것이 사실에 맞습니다.
그럼 스킬 진부화라는 개념 자체가 근거 없는 건가요?
아닙니다. 노동경제학에서 오래 연구된 주제입니다. de Grip & van Loo(2002)는 원인에 따라 기술적 진부화 둘(마모: 노화·질병·부상, 위축: 쓰지 않음)과 경제적 진부화 셋(직무 특화, 부문 이동, 기업 특화)을 나누고, 조직적 망각을 따로 둡니다. 유형마다 맞는 훈련 정책도 다르다고 봅니다. 하나의 반감기 숫자로 뭉뚱그리지 않습니다.
남의 숫자 대신 무엇을 재면 되나요?
우리 조직에서 직접 잴 수 있는 네 가지를 권합니다. 직무별 요구 스킬 교체율, 보유 스킬의 미사용 기간, 사용 도구의 버전 격차, 단독 보유 스킬 수입니다. 여기에 “처음 익힌 스킬을 지금 얼마나 쓰고 있는가”를 해마다 5점 척도로 묻는 설문을 더하면 직무별 진부화 속도가 보입니다. 출처를 물었을 때 답할 수 있는 숫자들입니다.
출처
- Stephane Kasriel (당시 Upwork CEO), “Skill, re-skill and re-skill again. How to keep up with the future of work” — World Economic Forum 웹사이트 기고문(2017.7.31) (2017)
- LaPrade, Mertens, Moore & Wright, “The enterprise guide to closing the skills gap” — IBM Institute for Business Value (각주 24: Kasriel 기고문) (2019)
- Deloitte, “Careers and learning: Real time, all the time” — 2017 Global Human Capital Trends (그림 1 출처: Thomas & Brown, 2011) (2017)
- Matthew J. Daniel, “Skills aren’t soft or hard — they’re durable or perishable” — Chief Learning Officer (2020)
- Sonia Malik, “Skills Transformation For The 2021 Workplace” — IBM SkillsBuild 블로그(본문 기준 2020년 말 작성) (2020)
- Douglas Thomas & John Seely Brown, 『A New Culture of Learning: Cultivating the Imagination for a World of Constant Change』 — CreateSpace 단행본 (저자 공식 사이트 저서 목록) (2011)
- Samuel S. Dubin, “Obsolescence or lifelong education: A choice for the professional” — American Psychologist 27(5), 486–498 (1972)
- Samuel S. Dubin, “New Developments in Continuing Education for the Professions” — National University Extension Association 발표문 (ERIC ED062603) (1972)
- R. E. Burton & R. W. Kebler, “The ‘half-life’ of some scientific and technical literatures” — American Documentation 11(1), 18–22 (1960)
- Fritz Machlup, 『The Production and Distribution of Knowledge in the United States』 — Princeton University Press (인터넷 아카이브 소장본) (1962)
- Robert N. Charette, “An Engineering Career: Only a Young Person’s Game?” — IEEE Spectrum (2013)
- Andries de Grip & Jasper van Loo, “The Economics of Skills Obsolescence: A Review” — Research in Labor Economics Vol. 21, 1–26 (Elsevier)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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